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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대 후반 대한민국은 홍콩영화의 붐이 일었다. 수많은 스타들이 내한하였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나 이젠 만날 수 없는 만인의 연인 장국영 (영어이름 Leslie Cheung). 그의 인생과 화려했던 전성기, 그리고 그의 예기치 않았던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굵고 짧았던 그의 인생.
우리가 사랑했던 배우 장국영. 그는 홍콩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배우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여전히 탑스타의 위치에 있던 인물로 국 내외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타였다. 당시 홍콩영화의 아시아권 위상은 상당하였는데 주윤발,성룡,알란탐 등과 함께 1세대 홍콩 영화 붐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후발주자로 인기를 끌었던 홍콩 4대 천왕 (장학우, 유덕화, 곽부성, 여명) 보다 앞 세대 인물이기도 하다. 장국영은 <영웅본색>을 필두로 <아비정전> <종횡사해> <천녀유혼>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여 인기를 끌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그의 영화가 개봉할 때에는 극장에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달렸다. 한국에는 총 여섯 번의 내한 기록이 있는데 그때마다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방송출연, 광고출연이 쇄도하기도 하였다. 글 말미에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2003년 4월 1일만우절에 거짓말처럼 호텔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을 때는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고, 그의 팬들이 집중되어 있는 아시아권에서는 패닉 쇼크와 같은 일이었다. 그가 자살을 한 후 수많은 팬들이 투신자살을 하는 등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나기 도 하였으니, 그의 죽음이 사회에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죽음 이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2005년 중국영화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4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미소년 이미지 였는데 지금 생존했으면 66세. 그의 모습이 예상되질 않는다. 그는 배우기도 했지만 홍콩을 이끄는 유명 가수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대스타였던 그도 6~7년 간의 무명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TVB 소속사로 들어가 화성레코드와 협약을 맺으며 큰 성공을 맞보게 되었으며 1984년에 발표한 Monica 가 빅 히트를 하며 초 일류 가수로 성장하였다. 우리에겐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인생 목표는 최고의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애착이 컸으며 배우는 엔터테이너로써 같이 진행하는 직업정도의 의미였다고 한다. 장국영은 모두에게 사랑받은 대스타였지만 유독 메인 시상식 상복은 없었다. 최고의 가수가 수상하는 금침상도 2000년이 돼서야 수상을 하였으니 인기와 명성에 비해 상복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화려했던 그의 전성기
필자는 가수로써의 그보다 배우로서의 그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스크린에 등장한 미소년은 남자인 필자가 보아도 매력적이었고 상남자 스타일의 명배우 주윤발과는 차별화되는 아름다운 소년 이미지의 배우였다. 그의 전성기는 아무래도 영화 영웅본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그는 주제가 당연정을 직접 불렀고, 형과의 갈등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경찰역할을 하였는데, 이 영화의 한국에서의 인기로 당시 내한 시 공항이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었고 국내의 여러 광고사의 러브콜을 받아 초콜릿 광고를 촬영했으며,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시리즈 2편에서 공중전화 장면은 수많은 여성팬들을 울렸다. 전작들에 비해 큰 공전의 히트 덕분에 장국영이라는 배우가 재조명되었으며 이 영화를 시작으로 천녀유혼을 포함한 수많은 작품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게 되었다.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은 장국영의 캐스팅을 영화 크랭크인 2년 전에 이미 하였을 정도로 적임자라고 생각했었다는 후일담이 있으며, 천녀유혼 촬영 때는 무려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작품 촬영을 하며 연기력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예계에 염증을 느꼈던지 그는 잠시 은퇴 선언을 하기도 하였는데 1990년 복귀를 하면서 그 전의 미소년 이미지 작품보다는 작가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저예산 영화에 주로 출연하였다. 대표작으로 명감독 왕가위의 작품 <아비정전>이었으며, <패왕별희>에서는 동생애 역할을 맡으며 작품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게 끔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후속작이었던 <해피투게더>에서도 동성애자 역할을 하여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기를 펼쳤는데 공교롭게도 그의 죽음이 동성애와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배우, 그의 죽음에 대하여..
2003년 4월 1일은 필자에게도 잊기 어려운 날이다. 친구에게서 듣게 된 그의 자살 소식에 거짓말하지 말라며 친구를 나무랐던 기억이 있다. 만우절에 투신자살이라니.. 정말 믿기 어려웠지만 외신 기사를 접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의 죽음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과 팬들의 입소문으로 동성애에 빠져있던 남자친구의 배신에 슬퍼하여 선택한 길이라는 뉴스를 접하였었다. 당시로서는 커밍아웃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던 사회 문화였기 때문에 자살 사유가 더욱더 실감 나지 않았던 거 같다. 사실 장국영은 수많은 인터뷰에서 본인은 양성애자이지 동성애자라고 밝힌 적 없다고 말하였다. 사랑하게 된 사람이 남성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인터뷰였는데, 마치 그가 남성만을 사랑하는 동성애자로 오보된 기사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사랑했던 여배우에게 프러포즈를 하였던 적도 있고 첫사랑과의 에피소드를 후일담으로 여럿 이야기 한바 있다. 다만 분명해 보이는건 그는 남녀 가리지 않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커서 여러 미담 사례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의 사망 후 동성애 남자친구라고 밝혀졌던 당학덕에 대해서도 장국영은 늘 그를 동성적으로 사랑한다고 밝히지 않았었고 오히려 그저 친구라고 언급한 적이 많았다. 추도사에서 당학덕이 언급한 이야기와는 다르게 당시 장국영에게는 연인관계의 여자친구가 있었으며 심지어 프로포즈를 했던 여성도 있었다. 세간에 알려져 있던 동성애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와는 배치되는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로는 그의 죽음에 조직폭력배 삼합회가 연루되어 있다는 설이 이었으며, 천안문 발언 등으로 공산당에 비판적이었던 그에게 중국 정부에서 살해했다는 설도 있었다. 그의 죽음 후 이상한 점은 아직까지도 본인이 자필 작성한 유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과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의 글자체가 그의 것과 달랐다는 보도, 늘 심한 고소공포증으로 시달렸던 그가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게 믿기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사망 시 발견된 사체에 머리 손상이 적고 출혈이 적었던 점이 투신으로 믿기 어려웠다는 점 등이다. 매니저를 포함한 주변인들도 자살 당일 전에 그가 소화했던 일정상 자살을 앞둔 사람이 했던 행동들이 없었다는 진술도 타살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곤 하였는데, 결국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고 말았다. 평소 우울증이 있었고 제작자 들과의 사기, 출연 거부, 불화가 겹치며 평소 힘들어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시기기도 하였기에 그의 자살이 뜬금없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2023년 현재에도 장국영의 기일인 4월 1일과 그의 생일인 9월 12일에는 수많은 팬들이 모여 그의 영상회와 파티 모임을 한다고 한다. 그의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과 위대함이 느껴진다. 수 많은 작품 중에 그가 했던 대사가 유독 가슴에 와닿는다. 가수와 배우가 되어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화려해 보였던 그였지만, 그 누구보다 외롭고 고독해던 그가 아니었을까 싶다. "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 아비정전